you are my sunshine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입학 전 우리가 했던 수업 2 본문
일주일 1번 미술수업만 다니며
수영하고 먹고 놀고의 반복인 아이들
휴직을 내기 직전까지 회사에서 열정을 불태우다
한국 집 이사, 병원문제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오다 보니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주로 우리는 단지 내 놀이터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타고난 성격상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놀자고 제안하는 편도 아니고 잘 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영어를 쓰는 아이들 사이에서
계속 겉돌며 나한테 같이 놀아달라고만 하니
이제 조금씩은 걱정이 들어
학습적인 부분으로도 노출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Learning Fresh"
학원가들과 한국인들이 많이 밀집해있다 보니
길을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보이는 학원, 학원차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중 한 곳을 상담받아보았는데
한국의 여느 학원처럼 설명해 주시는데
이곳까지 와서 한국식 영어를 배워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 패스하기로 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학원?을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한국에서도 학원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는 아이들은 이곳도
뭔가 재미있는 곳인가 싶어 그저 신이 나 있다 ㅎㅎ
이곳 원장은 말레이시아 차이니즈로 보이는데
이 전 한국식 학원과는 다르게
어차피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는 자연스럽게 터득할 테니
지금은 일주일에 1번 정도만 수업을 하는 게
아이들도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천한다
우리 부부의 교육관과 비슷한 점이
마음에 들어 학교 입학 전 이곳에서
가볍게 영어를 배워보기로 한다
첫째와 둘째가 다른 클래스에서
수업을 하고 먼저 수업이 끝나면 나와서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기다린다
1시간이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몰래 숨어 살짝 가보면
저렇게 “왜 이제 왔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
그렇게 이곳에서 두 달을 다녔는데
장점은 이곳 역시 소규모로 수업이 이뤄져
과외 비슷한 환경 속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분명 좋은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학생이 별로 없을까? 했는데
처음 상담때와는 달리 선생님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게 느껴졌달까
파트타임 선생님이 오시는 것 같은데
선생님이 못 올 땐 원장이 대충 수업을 때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갈수록 수업이 끝나고 해주는
간단한 피드백조차 안 해주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 방식의 교육이라도
학부형들이 많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고
이건 내가 경험해보지 않아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는 자연스럽게 익혀 갈 것이라 믿었고
다만 그전에 영어를 가볍게 노출시켜 주는 정도로
2달 정도 다니는 걸로는 만족했다.
“KDH football academy"
3번째 수업은 바로 축구
한국에서 바쁘게 맞벌이로 일할 때에도 첫째
축구수업은 꽤나 오랫동안 다녔었는데
무엇보다 남자아이는 체력 소모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말레이시아 몽키아라에서
제일 유명한 축구 클럽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일주일에 3번 운영하는 스페셜반
1번 들을 수 있는 반이 있어
체험수업을 신청해 보았는데
수업이 주말에 운영되다 보니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고
연령대도 굉장히 다양해서 아이에게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다소 더위를 즐기는 나에게도
실외경기장에서 둘째와 함께 1시간 동안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입학 후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으로
무조건 축구를 할 생각이 있었기에
아이가 입학하고 좀 더 하고 싶어 하면 그때
주 1회든 3회든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두 달여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부 수업을 하니 나도 조금은 혼자서
장을 보거나 머리도 식히면서 숨통이 살짝 트일 수 있었다
이제는 학교에 다니는 일상이 익숙해지고 나니
어쩌다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는 시간이
다소 신경이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지나고 보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때 어디선가 보고 감동받았던 문구를
주방 벽면에 붙여놓고 지금도 가끔씩 스스로
상기시키곤 한다
종종 나는 어린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로 살아가는 이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무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부모를 사랑하는 아이가 있는 시절
나는 삶의 모든 것을 새로이 경험한다
아이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쉽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그냥 같이 누워서 떠오르는 대로
상상의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는 좋아서 깔깔대며
계속 더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쉽게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아이가 있어서, 아내와 나는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을 너무 쉽게 웃는다
우리는 이 시절이 너무 짧다는 것을 매번 의식하고
그래서 자주 슬퍼진다
마음껏 온 마음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다 꺼내어
사랑해도 되는 시절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댈 만큼
사랑해도 되는 시절
아무리 사랑해도 도망갈 리 없고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는 시절
사랑이 강요가 되어 갇혀버린 무인도의 시절
내 영혼을 털어내듯 걱정하고 보호하는 시절
이런 시절은 인생에 잠시 주어진다
인생에 한 번 이렇게 서로에게 완전히 구속되어
꽁꽁 묶인 채로 무한히 서로를 온 마음으로
다 사랑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런 시절을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이 시절이 끝나고 나면 다소 의연해지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나도 갯벌 앞의 카페에 앉아
저 갯벌에 아이 손을 잡고 뛰어들던 시절을
무한히 그리워할 것 같다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에게
잠시 온 영혼을 고갈시키듯이 사랑하라고
아이가 있는 한 시절을 주는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사랑할 시절을 가지라고
삶의 가장 깊은 정수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삶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어렵다고 말이다
삶의 어려움이 아이와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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